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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시인 이호석
  • 날짜 : 2024-12-30
  • 조회 : 481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이호석 시인을 만나다.


1.

@ 먼저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2023년에 출간한 첫 시집 《여름에게 부친 여름》으로 상을 받으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우선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첫 시집을 낸 이후 제 안에 있던 무언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는데 이제 마음 추스리고 좀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듭니다.

특히 남해 바다에 반짝이던 윤슬과 파도에 쓸리는 몽돌 소리가 제 마음을 씻겨주더군요.

이제야 온전히 제 자리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유배지에서 상을 받은 기쁨도 크지만 뭔가 이제는 나의 길을 묵묵히 나갈 수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호석 시집 <여름에게 부친 여름>, 걷는사람

 


2.

@ 2020년 ‘웹진 문화다’에 발표한 <밑바닥에는>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 이 시는 정말이지 생활 밀착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실제로 아이의 장난감이 소파 밑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꺼내게 된 과정을 시로 썼는데요.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이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해 보편적 경험을 통해 길어 올린 시적 포즈가 독자들에게 미묘한 감동을 전해준 것이 효과적이었던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게 있어 시를 쓰게 만드는 시적 토대나 영감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처럼 현실 생활에 기반한 경험들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3.

@ 시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세 편 꼽으라면요?

 

# 정말 힘든 질문이네요. 사실 대부분의 작품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애착이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세 편만 꼽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빗소리에 붙인 주석>을 고르겠습니다.

이유는 저를 시인으로 만든 등단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시인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손택수 시인에게는 <서해로 가는 방>이라는 화답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느 편집자의 마지막 페이지>이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편집자로 근무하던 시절에 쓴 시인데 일종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라 제가 대표시로 꼽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초>라는 시입니다. 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김종철 선생의 부고를 듣고는 며칠 동안 마음이 뒤숭숭해지더군요.

그래서 그 마음을 친구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게 그대로 시가 된 작품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제 첫 시집에는 이렇게 편지로 쓴 시가 많습니다.

 


4.

@ 시를 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아무래도 시를 탈고하기 전까지는 전전긍긍하는 편입니다.

잡지사나 언론사에 송고하고 나서야 안도감을 느끼는 편인데 일종의 마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탓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청탁을 받았을 때 행복하고,

원고 마감 때까지 마음 졸이다가 무사히 마감하고 작품이 발표된 잡지나 매체를 받고 나면 그제야 작가로서의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5.

@ 김포를 소재로 한 시들이 많이 보입니다. 김포가 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김포 지역이 소재가 된 시편들이 제법 많습니다. 첫 시집에 실린 시만 찾아봐도 십여 편이나 됩니다.

사실 아직 발표하지 못한 시도 상당하고요. 아무래도 김포라는 공간적 특수성이 시적 소재로 많이 포착되었는데요.

예를 들면 평야, 안개, 철새, 한강, 분단, 역사 등이 이미지화되었습니다.

김포는 제게 삶의 터전이자 집필 공간입니다. 다시 말해 생활과 예술의 교집합 같은 곳이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일상 생활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자분들이 제 시에서 시적 진정성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제 시를 읽은 이웃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공간이나 지명 등이 시에 등장하니까 무척 신기했다고 하더군요.

 


6.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독자를 위해서 시를 쓰진 않기 때문에 메시지를 염두하고 작품을 쓰진 않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작품을 쓴 작가의 욕망과 읽는 독자의 욕망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독의 즐거움이라는 말도 있겠지요.

예전에 저는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쓴 시라고 생각하며 감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은행에서 후배를 기다리며 쓴 시라고 하더군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가 좋은 시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7.

@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어떤 시인이 그러더군요. 시를 쓰는 시간에만 시인이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저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하루 정도만 시인으로 사는 것 같아요.

너무 게으른 것은 아닌가 좀 걱정되기는 합니다.

물론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린다면 작품 계획은 따로 없습니다. 솔직히 저도 제 안에서 어떤 시가 나올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하느라 작품 쓰는 시간이 좀 적기는 해도 철칙으로 여기는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메모하는 버릇이지요. 심지어 꿈을 꾸다가도 시를 짓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얼른 일어나 메모하고 다시 자기도 합니다.

<차이 2>라는 작품도 그렇게 쓴 시였습니다.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이호석 시인


8.

@ 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 문청 시절에는 당연히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업 작가가 되는 게 꿈이고요. 하지만 현실에서 시를 써서 먹고살기란 불가능합니다.

지금 저의 바람은 생활고에 시를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죽어서도 시인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9.

@ 문학예술의 발전을 위해 김포시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제가 알기로는 김포에 많은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 예술가와 김포 시민을 위해 월간지나 계간지 형태의 잡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예전에 출판사에서 근무할 때 문예지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문학이 주류였지만 미술과 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김포 시민들에게 공유함으로써

문화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성장시키는 토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업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이 결국 세계로 뻗어나가는 K문화의 본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호석 시인님의 많은 작품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 김포문화재단 2024년 문화예술 홍보 서포터즈 <문화G기> 김수지 님이 취재, 제작한 콘텐츠입니다 >